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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조행기

2025년 08월 14일 여수 거문도권 갈치 외줄 낚시 조행기

by ddolai 2025. 8. 17.

🎣 08월 14일 여수 거문도권 갈치 외줄 낚시 조행기


👨‍👩‍👦 오랜만에 함께한 가족 출조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습니다. 낮에는 햇볕이 쏟아지고 밤에도 습도가 높아 선풍기를 켜도 땀이 식질 않아 에어컨을 끌 수도 없었고 에어컨 밑이 가장 좋은 휴식처 같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올여름 낚시는 유난히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늘 바다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지요.

그러던 중, 오랫동안 회사 일 때문에 낚시를 가지 못했던 제 친동생이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형, 이번 휴가에 시간 좀 내줄 수 있어? 나, 진짜 오랜만에 낚시 가고 싶다.”

그 한마디에 고민할 것도 없었습니다. 바로 휴가 상신하고 예약을 진행하였습니다. 솔직히 저는 빅게임을 가고 싶었지만 오랫만에 낚시를 가는 동생이 작년에 갔었던 갈치 외줄 낚시를 가면 좋겠다고 하고, 이 더위에 낮에 빅게임을 하려니 생각만 해도 더워서 동생이 원하는 갈치 외줄 낚시를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오랜만에 둘이서만 가는 낚시라 그런지 더 마음이 설렜습니다.

🚢 뉴에이스호,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선사

이번 출항은 강진 마량항에서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탄 배는 뉴에이스호. 몇 번 타본 경험이 있어 믿음이 가는 배였습니다. 뉴에이스호는 단순히 낚시 배가 아니라, 낚시 프로 출신 선장님이라 그런지 낚시꾼의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배라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 출항 시간 : 오후 2시
  • 저녁 식사 : 오후 6시, 든든하고 깔끔한 도시락
  • 야식 : 밤 11시, 입맛과 피로를 동시에 달래주는 시원한 콩물
  • 편의 시설 : 16석으로 넓은 낚시 공간, 안정적인 갑판, 그리고 낚시 자리와 같은 자리로 누울 수 있는 선실 배치
  • 간식 제공 : 한강라면, 음료, 과자 등으로 장시간 낚시도 편안하게

솔직히 말해, 바다에 나가면 고생이 당연한 거라 생각했는데 뉴에이스호는 그런 인식을 깨주는 배였습니다. 동생 역시 “와, 이 정도면 낚시 뿐 아니라 여행 온 기분이다.”라며 만족해했습니다.

🌊 본격적인 낚시 시작

🗺️ 위치 : 거문도와 백도 사이

🌅 저녁 무렵, 초들물의 시작

포인트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지지 않아 따가운 햇살 덕분에 온몸을 가려야 할 만큼 뜨거워 낚시하고 싶은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더군요. ^^ 그래서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늘 밑에 숨어서 동생과 이런 저런 이야기하며 느긋하게 낚시대를 펴고 기둥줄을 연결하고 채비 하나 하나를 정성스레 연결하며 낚시 준비를 하였습니다. 이내 수평선 위로 붉은 노을이 남아 바다를 물들이고 있었고, 해질 녘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하루의 피로를 씻어주었습니다.

이 날 간조 시간이 19시 01분이었는데, 그 전에 선사에서 제공한 저녁 도시락을 간단히 먹고 난 후 낚시에 집중하였습니다. 해가 지지 않는 시간에도 여기저기서 가끔씩 갈치를 잡아서 올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으며 집어등을 밝힌 후부터서는 여기저기서 손 빠르게 갈치를 조업하듯이 올리고 있는 움직임이 감지되었습니다.

그러던 순간—

“형, 왔다! 왔다!”

동생이 소리치며 릴을 감기 시작했습니다. 채비가 올라오는 순간, 반짝이는 은빛 갈치들이 연이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동생이 첫 입질 수심이 27m였으며 첫 입질 후 전동릴을 아주 서서히 감아 올리도록 조절하니 갈치가 줄을 탄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같은 방식으로 변경하여 낚시를 하였더니 곧바로 바늘 8개 중 7마리의 갈치가 줄줄이 매달려 올라오는 장관이 펼쳐졌습니다.

아마 첫 입질 후 제대로 한 마리가 바늘에 걸려 있으면 천천히 올라오면서 걸려 있는 갈치가 저항하는 순간 다른 바늘의 미끼가 더 생동감 있게 움직여서 그런지 이 날은 확실히 효과가 있기는 하였습니다. 물론 활성도도 그만큼 좋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신나게 낚시를 하면서 두 형제가 동시에 환호성을 지르며 눈을 마주쳤습니다.

“이래서 힘들어도 갈치 낚시를 다시 오지!”
“형아야. 이 정도 사이즈만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ㅋㅋ”

갈치가 줄타기를 하며 올라오는 순간 순간이 마치 바다가 우리를 환영하는 듯했습니다.

🌙 긴 공백의 시간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밤 10시를 지나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바다가 마치 숨을 죽인 듯, 갈치의 입질이 뚝 끊겼습니다. 채비를 내려도, 집어등 불빛 아래에서 은빛 그림자가 스쳐 지나가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동생과 나란히 앉아 릴을 감았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허탈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형, 이게 낚시지 뭐. 고기가 계속 나오면 그게 조업이지.ㅋ”
“그러게. 또 시간 지나면 피크타임 한번은 더 오긋지...”

배 위는 점점 조용해졌습니다.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만이 어둠을 가르며 흘러갔습니다. 긴 공백의 시간, 하지만 이런 순간마저도 동생과 함께 있으니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오랜만에 형제끼리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 새벽의 부활

시간은 흘러 흘러 철수 시간인 새벽 3시를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이대로 철수하면 조금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 차, 갑자기 제 낚싯대 끝이 휘청였습니다.

“왔어! 왔다!”

릴을 감아 올리자 다시 갈치의 반짝임이 집어등 아래로 퍼져 나왔습니다. 다른 조사들의 낚싯대에서도 동시에 입질이 시작되었습니다. 긴 정적 끝에 찾아온 폭발적인 반응, 마치 기다림 끝의 선물 같았습니다.

선장님 역시 피곤하셨을 텐데 조사님들의 계속되는 갈치 조업(?)이 다시 시작되자 철수를 미루고 계속 낚시를 하게 해주셨습니다. 역시 낚시 프로 출신답게 낚시인들의 마음을 잘 알고 계시는 듯 하였습니다. ^^ 덕분에 우리는 새벽 4시 가까이까지 손맛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의 짜릿함은 정말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었습니다. 너무나도 피곤했지만 밤새 버틴 보람이 있었고, 무엇보다 동생과 함께 그 시간을 공유했다는 사실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 조과 – 갈치 & 고등어 만쿨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쿨러 속은 은빛 갈치로 가득 차 있었고, 거기에 고등어까지 함께 올라와 풍성함을 더했습니다. 배 위에서 쿨러를 열어본 순간, 모두가 감탄했습니다. 반짝이는 갈치의 은빛 몸통은 그 자체로 보석 같았고, 혹시나 해서 하나 더 가지고 간 32L 아이스박스에 담아놓은 고등어의 푸른 빛깔은 마치 바다의 생명력을 그대로 담은 듯 하였습니다.

🏡 귀가 후 시골집에서

낚시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우리는 바로 시골집에 들렀습니다. 이제는 나이가 드셔서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다른 낚시보다 갈치낚시를 유난히 좋아하셨던 아버지께서는 현관 앞에 나오셔서 쿨러를 열어보시더니 놀란 표정으로 웃으셨습니다.

“아이고, 어떻게 이렇게 많이 잡아왔다냐..! 오지것다야..^^”

우리는 다 같이 마당 한 가운데 감나무 그늘 아래에 자리를 펼치고 갈치와 고등어를 손질하느라 피곤함도 잊은 채 씻고 간하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갈치구이, 갈치조림, 갈치찌개… 등 다양한 요리로 변신할 갈치들을 보니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가족들과 동네 어르신들에게 나누어주고 맛있게 먹을 모습을 떠올리니, 이보다 더한 행복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마무리 소감

이번 출조는 단순히 고기를 잡으러 간 날이 아니었습니다. 오랜만에 동생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바다와 씨름하고, 기다림 끝에 찾아온 손맛을 즐기며 얻은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조과도 만족스러웠지만, 무엇보다 동생과 함께 웃고 떠들며 보낸 시간, 그리고 그 갈치를 가족과 동네 어르신분들과 나누어 먹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수확이었습니다.